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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

It’s a Wonderful Life’
늦은 밤,

최순민 작가노트 (2017년)

‘아버지의 집-It’s a Wonderful Life’

늦은 밤,

대형건물의 환한 불빛을 보다가 고층 빌딩들이 스스로 갇히기를 열망하는

현대인의 화려한 감옥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죽음으로만 삶의 고단함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다고 여겼던 우리나라의

상여 (喪輿)문화에서 보듯이 삶은 고단하다.

‘왜 죽음을 쉼으로 여겼을까?’

‘죽음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의 질문을 앞에

‘거대한 우주 속에 있는 너무나 미약한 ’나’를 발견 하였다.

생명체에 대한 경이로움과 창조에 대한 호기심이 나의 작업을 이끌어 온 힘이다.

.일상 속에서 숨겨진 영혼의 아름다움을 마음의 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어릴적 인형놀이를

하듯이 화려한 색채와 금속 조각들로 집을 그리며 행복한 상상을 한다.

가족을 위해 오늘도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일을 하고 지하철의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있는

‘아버지’라는 이름에서, 그리고 잠을 설친 듯 헝클어진 머리, 피곤한 모습으로 젖먹이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어머니’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가슴 저린 아름다움을 집에 담고 싶다.

2005년에 그래피티아트(낙서) 작가인 스페인의 안토니오 타피에 작품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건축자재 재료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안토니오 타피에의 거칠어 보이는 작품은 대중적인 미술재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동감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그때부터 고정 관념을 뛰어 넘어 재료를 폭 넓게 사용하고 있다.

광택과 무광택, 작은 그림들의 나열 등 지금의 작업 형태는 1995년 동판화를 할 때의 경험에서 영향 받았다.

불편한 환경(아파트의 작은방을 작업실로 사용) 때문에 동판을 10x10cm 크기로 잘라 부식 시킨 후 연결 하여 큰 이미지를 만들곤 했는데 그 과정 중 조각그림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고 지금의 작업 형태로 이어졌다.

작업 공간이 작아서 큰 동판을 사용할 수 없었던 부족함과 불편함이 내게 준 선물였다..

(이처럼 작은 낱낱의 것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세계로 집적되는 스타일이 된다

-2001년인사갤러리개인전/박영택서문중)

조각 동판에서 찾은 조각 그림이 주는 매력은 2006년부터 즐겨 그리고 있는 여러개의 집그림(작품명:Memory) 을 그리게 했고 사각으로 절단한 잡지에서도 같은 매력을 발견 했는데 2009그림손갤러리 개인전 때 발표 했다.

2015년 부터는 파쇄기로 자른 잡지를 작업에 즐겨 쓰고 있는데 현재는 필요 없으나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를 파쇄할 때 쓰는 파쇄기(shredder-일명 spy killer)의 의미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누구든 삶의 여정 가운데 쌓여진 사연을 파쇄한 후 그 흔적을 캔버스에 붙이니 이내 마음에 평정심이 생겼다.

노란색 꽃가루를 모아 소복이 쌓고 있는 독일 작가인 올프강 라입의 숭고해 보이는 모습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값없이 주신 아버지 사랑에 감사하고 조금 부족하게 만드셔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게 하시니 감사하고 엄마와 아내라고 불리게 하시니 감사하고 용서하게도, 용서 받게도 하여 삶의 깊이를 알게 하시니 감사했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 무언가 그리고자 하는 열정이 계속되리라는 기대감이 있기에 또 감사하다.

다양한 모습으로 집을 완성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6살 어린 아이가 되어

두 손에 사탕을 움켜 쥔 어린아이 같은 그런 행복감을 느낀다.

2017: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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